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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벽 4시 30분쯤이면 잡히는 콜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근무를 시작하는 시간과 맞물려 있어서, 저도 모르게 그 시간이 되면 자연스레 그분 댁 근처로 차를 몰게 됩니다. 손님들 대부분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지만, 이렇게 매일 같은 시간에 마주치는 분은 어느새 하루를 시작하게 해주는 존재가 됩니다. 오늘은 새벽마다 만나는 이 단골손님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세상이 잠든 시간에도, 늘 같은 걸음으로
연세가 지긋하신 이 손님은 저희 차고지 근처에 사십니다. 그래서 근무를 시작할 때 제가 의도적으로 그쪽으로 이동할 때가 많습니다. 목적지는 중앙동 근처의 한 교회입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기도를 다니신다고 합니다. 아직 세상 대부분이 깊이 잠들어 있는 새벽 4시 반, 작으마한 체구로 정확히 같은 시간에 문을 열고 나오시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저는 마음 한켠이 숙연해집니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몸이 조금 안 좋아 보이시는 날에도 그 걸음은 한 번도 흐트러진 적이 없었습니다. 신앙이라는 게, 어쩌면 저런 한결같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말없이 흐르는 기독교방송, 그 안의 온기
이동하는 동안 저희는 대화를 거의 나누지 않습니다. 대신 늘 기독교방송을 틀어드립니다.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저희만의 방식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라디오 채널일 뿐이었는데, 이제는 이 손님을 태울 때만큼은 다른 방송으로 바꿀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됐습니다. 말 한마디 오가지 않아도, 조용히 흐르는 라디오 소리 안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 몇 분의 침묵이, 저에게는 하루 중 가장 평온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며칠 만에 뵙는 날, 말보다 앞서는 반가움
제가 며칠 쉬거나 다른 시간대에 근무하게 되어 며칠 못 뵙다가 다시 만나는 날이면, 서로 유난히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별다른 말은 없어도 그 반가움이 표정에서부터 느껴집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마주치던 사람을 며칠 못 보면 저도 모르게 안부가 궁금해지고, 혹시 어디 편찮으신 건 아닐까 걱정이 앞서곤 합니다. 그러다 다시 그 자리에서 웃으며 서 계신 모습을 보면, 별일 아닌데도 마음이 놓입니다. 이런 게 단골손님과 쌓이는 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복된 하루 되세요
교회 앞에 도착해 내리실 때면 이 손님은 항상 같은 인사를 건네십니다. "복된 하루 되세요." 짧은 한마디지만, 새벽 근무를 막 시작하는 저에게는 그날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됩니다. 아무리 피곤하고 힘든 새벽이어도, 이 인사를 듣고 나면 이상하게 어깨가 조금 가벼워집니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듭니다. 혹시 집에 편찮으신 분이 계시거나, 아니면 누구에게도 말 못 할 힘든 시간을 홀로 견디고 계신 건 아닐까 하고요. 그런데도 매일 같은 시간, 늘 밝고 기운찬 모습으로 새벽길을 나서시는 걸 보면, 그 안에 어떤 사연이 있든 참 단단하고 아름다운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그 담담한 강인함이야말로, 제가 이 새벽 콜을 놓치고 싶지 않은 진짜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새벽이지만, 이런 손님 한 분 덕분에 저는 오늘도 조금 더 나은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내일 새벽 4시 30분에도, 저는 또 그 자리로 차를 몰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