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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뚫고 시작되는 새벽 4시 30분의 도로.
세상이 아직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시간,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엔진 시동을 겁니다. 택시기사에게 새벽 출차는 늘 설렘과 정적, 그리고 약간의 긴장감이 교차하는 순간입니다. 도로 위는 오가는 차도 드물고, 길가에 켜진 가로등만이 묵묵히 길을 밝히고 있을 뿐입니다.
차량을 정비하고 도로로 나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오늘 나의 첫 승객을 태우게 되었습니다. 목적지는 부산역. 가방을 하나 들고 탑승하신 승객분은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이동하고 계셨습니다. 적막만이 흐르는 차 안, 미터기 소리와 엔진음만이 새벽 도로를 울리고 있었습니다.
창문 너머로 나눈 동료 기사와의 반가운 인사
부산역으로 향하던 중, 교차로 신호 대기에 걸려 차를 멈추었습니다. 무심코 옆 차선을 바라보았는데, 익숙한 우리 회사 택시 갓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운전석을 보니 친하게 지내는 동료 기사님이 계셨습니다. 이 고요한 새벽에 도로 위에서 아는 얼굴을 만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반갑고 든든한 일입니다.
저는 스르륵 창문을 내리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어이, 김 사장님! 오늘 진짜 일찍 나오셨네!"
"아이고, 정 기사님! 반갑습니다. 저는 방금 막 회사에서 출차해서 이제 첫 손님 모시고 부산역 가는 길입니다. 오늘도 안전 운전하시고 일당 많이 법시다!"
새벽의 차가운 바람 사이로 입김을 뿜어가며 나눈 짧은 대화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도로 위의 쓸쓸함이 싹 달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인사를 마치고 창문을 올린 뒤, 문득 백미러로 뒷좌석을 살폈습니다. 혹시나 새벽의 고요함을 깨뜨려 승객분의 휴식을 방해하진 않았을까 마음이 쓰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승객분은 미소를 띤 얼굴로 저희 둘을 가만히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부산역 도착, 그리고 손에 쥐어진 뜻밖의 만 원
잠시 후 부산역에 도착해 차를 대고 미터기 요금을 정산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승객분은 카드 대신 주머니에서 현금을 꺼내시더니, 요금 외에 접혀 있던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제 손에 더 내밀으셨습니다.
"기사님, 아까 동료분과 나누신 말씀 들었습니다. 오늘 첫 운행이시라고요. 첫 손님 받으신 거 축하드리고, 오늘 하루도 돈 많이 버시고 안전 운전하세요."
생각지도 못한 따뜻한 덕담과 과분한 팁에 놀라 저는 극구 손사래를 쳤습니다.
"아이고, 손님 아닙니다! 정당한 요금만 받으면 됩니다. 마음만으로도 정말 감사하지만, 팁은 사양하겠습니다. 기분 좋게 내려주세요."
하지만 승객분은 내리지 않고 제 손을 꼭 감싸 쥐며 만 원짜리 지폐를 기어이 쥐어주셨습니다. 그리고는 제 가슴을 울리는 잊지 못할 한마디를 덧붙이셨습니다.
"기사님의 시작을 축복하는, 나를 위한 작은 소망"
"기사님, 사실 제가 오늘 기사님께 드리는 이 팁은 단순히 고마워서 드리는 것만은 아닙니다. 저는 오늘 중요한 일로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는 길입니다. 누군가의 하루가 시작되는 그 '첫 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서 제 마음도 참 좋아졌거든요. 남의 첫출발을 기분 좋게 응원하고 축복해 주면, 그 따뜻한 기운이 돌고 돌아 오늘 제 하루도 잘 풀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말하자면 이 팁은 기사님을 향한 응원이자, 오늘 하루 잘 되길 바라는 제 자신을 향한 '작은 축복'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부담 갖지 마시고 기분 좋게 받아주세요."
타인의 하루를 응원하는 행위 속에 자신의 하루도 잘 되기를 바라는 선한 마음을 담았다니, 승객분의 지혜롭고 깊은 속마음에 저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차 문이 닫히고 승객분의 뒷모습이 부산역 역사 안으로 천천히 사라질 때까지, 저는 손에 쥐어진 만 원짜리 지폐를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단순히 돈 한 장의 가치가 아니라, 새벽길을 달리는 한 사람의 일상을 진심으로 격려해 준 깊은 온기가 지폐에 그대로 녹아 있는 듯했습니다.
오늘 하루를 살아갈 따뜻한 에너지
부산역을 빠져나오는 길, 도로 위로 조금씩 붉은 일출의 기운이 퍼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사납금이나 수입 걱정으로 다소 무거웠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따뜻한 사명감과 뿌듯함이 밀려왔습니다.
택시 운전을 하다 보면 간혹 무례한 승객을 만나 마음을 다치거나 힘든 순간도 찾아옵니다. 하지만 새벽 4시 30분, 따뜻한 마음을 나누어준 그 첫 승객 덕분에 '오늘 하루도 힘내서 달릴 수 있겠구나' 하는 커다란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남을 축복함으로써 자신의 하루를 축복하고자 했던 그 손님의 말처럼, 저 역시 오늘 제 택시에 타는 모든 승객분들의 하루가 무탈하고 행복하기를 마음속으로 깊이 기도하며 운전대를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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