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부산에서 운전대를 잡고 매일 도로로 나서는 일은 때로는 작은 전쟁터에 들어서는 기분이 들게 합니다. 오랫동안 현직 법인택시 기사로 운전을 해온 저에게도 부산의 도로는 여전히 거칠고 팍팍한 곳입니다. 매일 도로 위에서 경험하는 생생한 현장과 그 속에서 느낀 솔직한 생각을 기록해 봅니다.

 

 

매드맥스를 방불케 하는 부산의 도로 현장


방향지시등(깜빡이)을 켜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속도를 내며 바짝 붙는 옆 차선의 차량들, 신호가 초록불로 바뀌기 무섭게 0.1초 만에 뒤에서 찌르듯 울리는 경적 소리는 부산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양보라는 단어는 이미 잊힌 지 오래인 것처럼, 도로 위의 차들은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운 채 마치 미친 듯이 경주하듯 달려나갑니다. 모두가 어디론가 바쁘게 쫓기듯 가고 있고, 모두가 무언가에 잔뜩 화가 나 있는 듯한 풍경을 매일 목격하게 됩니다.

 

 

각박함과 난폭함 너머로 생긴 궁금증


하루에도 수십 번씩 얌체 운전이나 거친 운전자들을 마주하다 보면, 한때는 저 역시 순식간에 울컥하며 화가 치밀어 오르곤 했습니다. 대체 뭐가 그리 급해서 저럴까 싶었고, 왜 저렇게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이 각박하게 운전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매일 8시간에서 10시간씩 핸들을 잡고 수많은 승객과 도로 위 차량들을 유심히 관찰하다 보니, 단순한 비난이나 짜증 너머로 한 가지 궁금증이 깊게 남기 시작했습니다. 이 도시의 수많은 사람들이 운전대만 잡으면 왜 이토록 서두르고, 여유를 잃어버린 채 화를 내게 된 것일까 하고 말입니다.

 

 

현직 기사가 내린 답: 모두가 먹고살기 어려워서


도로 위에서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제가 얻은 답은 의외로 간단하면서도 씁쓸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모두가 먹고살기 어려워서였습니다.

우리가 도로 위에서 마주치는 그 거친 눈빛과 빵빵거리는 경적 소리는, 어쩌면 운전자 개인의 인성 문제라기보다는 삶의 무게에 눌려 여유를 잃어버린 이들의 비명일지도 모릅니다. 치솟는 물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경기, 각자의 위치에서 짊어져야 하는 생계의 부담감까지 더해져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여간 삶의 고단함과 화가 핸들을 잡는 순간 통제력을 잃고 도로 위에서 터져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조금이라도 일찍 가야 해서, 1분 1초라도 아껴야 오늘 하루를 버틸 수 있어서 각자의 마음속에 여유라는 공간이 까맣게 타들어 갔기에 남에게 양보할 단 1초의 마음조차 남아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비난에서 동병상련으로 바뀐 시선


그 사실을 깨닫고 난 뒤부터, 도로 위를 바라보는 저의 시선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바짝 붙어 끼어드는 차를 보며 이전처럼 같이 화를 내기보다는, 저 사람도 오늘 하루 살아내느라 참 마음이 팍팍하구나, 얼마나 힘들고 바쁘면 저럴까 하는 마음이 먼저 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난폭 운전이나 무례한 태도가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뿜어내는 거친 에너지의 근원이 지친 삶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나니, 내 마음마저 같이 화로 물들일 필요는 없겠다는 해탈에 가까운 평정심이 생겼습니다. 팍팍한 세상을 함께 견뎌내고 있는 또 한 명의 고단한 가장이자 이웃으로 바라보게 된 것입니다.

 

 

오늘 내가 먼저 켜는 1초의 양보


오늘도 부산의 도로는 여전히 거칠고, 경적 소리로 요란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하루도 마음의 중심을 잡고 운전대를 잡으려 합니다. 남들이 양보하지 않고 미친 듯 달린다 해서 나까지 그 경주에 동참할 이유는 없습니다.

누군가의 마음이 팍팍해 꺼져간다면, 나부터라도 먼저 방향지시등을 천천히 켜고 1초 더 기다려주는 여유를 보이고 싶습니다. 내가 건넨 그 1초의 작은 양보가, 도로 위에서 지쳐있던 어느 운전자의 마음을 아주 조금이라도 녹여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오늘도 각박한 도로 위에서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내신 부산의 모든 운전자분들, 부디 사고 없이 안전하게 귀가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6/08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