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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운행 중에 주로 기독교방송을 틀어놓습니다. 얼마 전 새벽 5시쯤, 새벽 기도를 가시는 듯한 아주머니 한 분을 태웠습니다. 라디오 소리를 들으셨는지 "교회 다니시나 봐요?"라고 물으셨고, 저는 사정이 있어 요즘은 교회에 못 나가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나눈 그 짧은 대화가, 지금까지도 마음 한편에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손님은 제게 무슨 사정인지 묻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누구나 고난의 시기가 있다"며, 언젠가 꼭 다시 예배드리러 나가시면 좋겠다고 담담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목적지에 내리시면서 "하나님의 은총이 늘 함께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가셨습니다.

 

 

사연을 묻지 않은 게 오히려 위로였습니다

 

돌이켜보면 참 이상한 순간이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는지, 왜 힘든지 캐묻지 않으셨는데도 이상하게 위로가 됐습니다. 보통은 걱정해주는 마음에 자세한 사정을 물어보기 마련인데, 그분은 그러지 않으셨습니다. 그저 "그런 시기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해 주시고, 그 이상은 캐묻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사정을 시시콜콜 물으셨다면 저도 모르게 방어적으로 대답했을지 모릅니다. 그 담백함이 오히려 제 마음을 더 편하게 만들어줬습니다. 위로라는 게 꼭 많은 말을 필요로 하는 건 아니라는 걸, 그 짧은 순간에 깨달았습니다.

 

 

낯선 사람의 진심이 갖는 힘

 

생각해보면 저와 그 손님은 그날 처음 만난 사이였습니다. 앞으로 다시 만날 가능성도 거의 없는 관계입니다. 그런데도 그 짧은 순간, 그분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가까운 사람의 위로도 아니고, 대가를 바라는 말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 속에서 건넨 순수한 마음이었기 때문에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가까운 사이였다면 이것저것 캐묻고, 걱정한다는 이유로 조언까지 얹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 이해관계없는 낯선 사람이었기에 가능했던, 어떤 순수한 위로였습니다. 

 

 

축복이라는 말의 무게

 

내리시면서 건넨 "은총이 늘 함께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는 말도 계속 마음에 남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흘려들었을 인사일 수도 있는데, 그날따라 유독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아마 그 말 앞에 놓여 있던 대화, 그리고 그 대화 속에서 느껴진 진심 때문이었을 겁니다. 형식적인 인사말이 아니라, 정말로 저를 위해 좋은 일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새벽 라디오 소리처럼

 

그날 이후로 저는 그 시간대 라디오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 손님이 떠오릅니다. 종교가 있든 없든,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유 모를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그 위로가, 아무것도 묻지 않는 낯선 사람의 짧은 한마디에서 오기도 한다는 걸 그날 새벽에 배웠습니다. 매일 수많은 사람을 태우고 내려드리는 게 제 일이지만, 가끔은 저도 이렇게 손님에게서 위로를 받는 날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