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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오전 10시경, 경찰서로 가자는 손님을 태웠습니다. 짧은 거리가 아니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데, 그 대화가 지금까지도 마음에 무겁게 남아 있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시작된 대화였는데,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분위기가 점점 무거워졌습니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손님은 자신도 개인택시를 운전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얼마 전 있었던 사고 때문에 조사를 받으러 가는 길이라고 하셨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새벽 시간대에 도로를 건너던 보행자를 미처 보지 못하고 부딪히는 사고였다고 합니다. 그 순간의 충격이 상당했다고 하셨고, 지금은 변호사를 선임해 피해자 가족과 여러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하셨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직접 찾아뵙고 사죄드리고 싶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오히려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셨다고 했습니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남 일 같지가 않았습니다.

 

 

옆자리에서 함께 흘린 눈물

 

그 기사님은 연세가 꽤 있으신 분이었습니다. 사고 이후로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고, 식사도 거의 못 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자신이 한 젊은 사람과 그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며, 제 옆자리에 앉아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저는 그분께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습니다. 섣부른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 자체가 오히려 무례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안되 보였고, 그래서 그냥 아무 말 없이, 저도 같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경찰서 앞에 도착해 그분을 내려드리고 나서도 한참 동안 운전대를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봐온 사고들의 공통점

 

이 일이 있고 나서, 지금까지 주변에서 봐온 크고 작은 사고들을 다시 떠올려봤습니다. 신기하게도 대부분 세 가지 조건이 겹칠 때 일어났습니다. 야간이었고, 속도가 평소보다 조금 더 났고, 비가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느 하나만 있었다면 괜찮았을 상황이, 이 세 가지가 겹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야간 근무를 하다 보면 어두운 도로에서 보행자를 늦게 발견하는 순간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등골이 서늘해지곤 합니다.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솔직히 그날 이후로 몇 번이나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택시운전은 늦은 나이에 시작한 일이라 애착도 있지만, 사고 하나로 누군가의 인생과 제 인생 모두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걸 눈앞에서 본 뒤로는 예전처럼 마음 편히 운전대를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그만둘 수 있는 형편도 아니라서, 결국 지금 할 수 있는 건 더 조심하는 것뿐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운전이라는 일의 무게

 

매일 아침 운전대를 잡으면서도, 이번 일만큼 이 직업의 무게를 실감한 적이 없었습니다. 잠깐의 방심, 순간의 부주의가 누군가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두렵게 다가옵니다. 요즘은 야간 운행이나 비 오는 날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그 기사님의 눈물이 자꾸 떠오릅니다. 나이가 들면서 반사신경이나 시력도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스스로 느끼고 있어서, 이런 사고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남 일 같지 않게 다가옵니다. 이 일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적어도 그날 이후로는 예전보다 훨씬 더 조심스럽게 운전대를 잡고 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동료 기사님들이 계신다면, 야간·과속·빗길 중 하나라도 겹치는 상황에서는 부디 속도를 조금 더 줄여주시길 부탁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