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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로 택시 운전대를 놓았습니다. 16개월 동안 타왔던 사납금 시스템에서 벗어난 첫날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쉬움은 전혀 없습니다. 그만큼 그동안 마음 편할 날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새벽 4시 기상, 사납금과의 싸움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나갔습니다. 하루 사납금 18만 원을 채워야 한다는 생각이 늘 머릿속에 있었습니다. 카카오 T 콜이 많이 들어오는 날은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갔지만, 콜이 뜸한 날은 사정이 달랐습니다. 마음은 초조해지고, 한 콜이라도 더 받으려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 주택가, 대형병원 근처를 샅샅이 훑고 다녀야 했습니다. 손님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손님을 찾아 헤매는 시간이 하루의 절반이었습니다.
출근시간 혼잡 속에서
출근시간대 콜을 받으면 또 다른 어려움이 시작됩니다. 도로는 꽉 막혀있고, 그 사이를 뚫고 손님이 기다리는 곳까지 가야 합니다. 차는 밀리고 손님은 기다리고, 이 사이에서 느끼는 조급함과 긴장감이 매일 반복됐습니다. 겉으로는 익숙해진 것처럼 보였겠지만, 사실 한 번도 완전히 익숙해지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두려움이 쌓여갔다
결정적이었던 건 따로 있었습니다. 얼마 전 같은 회사 동료 기사님이 야간에 횡단보도를 무단으로 건너던 보행자를 치는 사고를 목격했습니다. 그분은 지금도 법적 절차를 밟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십니다. 그 이후로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예전과는 다른 긴장감이 생겼습니다. 아무리 조심해도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마음 한편에 계속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몸이 먼저 신호를 보냈다
몸도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장시간 앉아있는 근무 특성상 몸이 계속 힘들어졌습니다. 예전에 다쳤던 허리는 시간이 갈수록 더 신경 쓰이기 시작했고, 하루 8~9시간씩 앉아 있어야 하는 일의 특성상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고에 대한 두려움과 몸의 피로가 겹치면서, 이 일을 계속하는 게 맞는지 스스로에게 여러 번 물었습니다.
후련함, 그리고 앞으로
오늘 차를 반납하고 나오는데 생각보다 담담했습니다. 아쉬움보다는 후련함이 컸습니다. 대기업을 퇴사하고 방황 끝에 택시 운전대를 잡았던 16개월 전의 저와, 오늘 운전대를 내려놓은 저는 많이 달라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때는 뭐라도 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컸다면, 지금은 조금 더 제 몸과 마음을 먼저 생각해야겠다는 마음이 큽니다.
16개월이 남긴 것
돌이켜보면 힘든 기억만 있는 건 아닙니다. 새벽 단골손님과 나눴던 짧은 위로, 진상 손님을 겪으며 배운 마음을 다스리는 법, 낯선 승객의 인생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는 순간들까지, 이 일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것들도 많았습니다. 그런 경험들이 이 블로그에 하나씩 쌓여왔고, 지금 돌아보니 그게 가장 큰 자산으로 남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당장 다음 일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이제는 몸에 부담이 덜하고 마음도 조금 더 편안한 방향을 찾아보려 합니다. 대기업 퇴사 후 방황하다 택시를 시작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알아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 블로그는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택시기사로서의 경험이 여전히 제게는 소중한 자산이고, 앞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면 그 이야기도 또 하나의 글감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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