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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몰다 보면 부산항 근처를 지날 때마다 컨테이너선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그런데 얼마 전 뉴스를 보다가 눈에 띄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국내 선사가 처음으로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배 이름은 팬스타 아크로호. 익숙한 이름이라 더 관심이 갔습니다.

 

 

27일간의 긴 여정

이 배는 지난 8월 22일 부산신항을 출발했습니다. 러시아 북쪽 바다를 통과하는 북극항로를 따라 이동해 9월 12일 영국 펠릭스토우에 도착했고, 다음 날인 13일에는 이번 항해의 실질적인 목적지였던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닿았습니다. 이후 9월 18일 폴란드 그단스크까지 한 곳을 더 거친 뒤, 19일 오전 10시 10분쯤 그단스크를 출항해 부산으로 귀항길에 올랐습니다. 부산을 떠난 지 27일 만입니다. 실은 화물은 화학제품과 중고차 등 737TEU, 그리고 빈 컨테이너 837TEU였습니다.

 

 

귀항길에 오른다는 것의 의미

뉴스 문장 하나를 곱씹어 봤습니다. 로테르담에서 "대부분 화물을 하역·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부분입니다. 쉽게 말하면 부산에서 싣고 간 화물 대부분을 이미 로테르담에서 내렸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지금 귀항길에 오른 배는 갈 때처럼 짐이 가득 찬 상태가 아니라, 오히려 빈 컨테이너를 더 많이 싣고 돌아오는 셈입니다. 실제로 편도로 실었던 화물 737TEU보다 빈 컨테이너가 837TEU로 더 많았습니다. 유럽에서 아시아로 돌아올 때는 실을 화물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빈 통이라도 다시 아시아로 가져가야 하는 것이 해운업계에서는 흔한 일이라고 합니다. 화려하게 시작한 첫 항해였지만, 돌아오는 길은 생각보다 조용한 여정인 셈입니다.

 

 

왜 북극항로에 주목할까

 

기존에 유럽을 오가는 배들은 대부분 수에즈운하를 통과합니다. 부산에서 로테르담까지 이 경로로는 약 2만 킬로미터를 돌아야 합니다. 반면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약 1만 3천 킬로미터로, 거리가 35% 가까이 줄어듭니다. 거리가 줄면 운항 시간과 연료비, 탄소배출까지 함께 줄어드니 해운업계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대안입니다. 해양수산부도 2026년을 '북극항로 시대'로 선언하고 관련 본부를 부산 동구로 옮겼다고 합니다. 아직은 얼음이 녹는 여름철에만 다닐 수 있는 계절적 한계가 있지만, 첫걸음을 부산에서 뗐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낯익은 이름, 팬스타

팬스타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았던 이유가 있습니다. 예전에 부산과 오사카를 오가는 팬스타 크루즈 노선 관련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같은 회사가 이번엔 북극항로라는 전혀 다른 바다에 도전한 겁니다. 여객 노선으로 익숙한 회사가 화물선으로, 그것도 아무도 가보지 않은 항로로 나섰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더 인상 깊었습니다.

 

 

택시기사가 그리는 부산의 미래

얼마 전 손님으로 모셨던 LNG선 항해사분 이야기를 글로 쓴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느꼈지만, 부산이 해양 관련 산업의 중심지로 커간다는 이야기를 현장에서 직접 듣고 보는 요즘입니다. 북극항로 거점이 부산에 생기고, 관련 인력과 물동량이 늘어난다면 결국 도시 전체에 활기가 돌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활기는 언젠가 택시 승객으로도, 도로 위 풍경으로도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다음 항해에서는 더 많은 배들이 이 항로를 따라 부산을 오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