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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하다 보면 가끔 예상치 못한 장거리 운행을 하게 됩니다. 오늘은 설 연휴 마지막 날, 부산에서 강원도 홍천까지 다녀왔던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노포동 대신 홍천으로
광안리에서 30대 남성 손님을 혼자 태웠습니다. 처음에는 노포동 시외버스터미널로 가자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동하는 도중에 손님이 버스표를 검색해 보더니, 설 연휴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마땅한 차편이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손님이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강원도 홍천까지 태워줄 수 있느냐고요. 잠깐 고민했지만, 결국 그대로 출발하게 됐습니다.
정체 속 전기차, 다섯 번의 충전
문제는 설 연휴 마지막 날 고속도로였습니다. 정체가 살인적이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모는 차는 전기택시입니다. 배터리가 20퍼센트만 남아도 마음이 불안해지는데, 정체 구간에서 혹시라도 방전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휴게소마다 자주 충전을 했고, 결국 홍천까지 가는 데만 다섯 번을 충전했습니다. 그렇게 아홉 시간이 걸려서야 겨우 홍천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낯선 손님과 친구가 되다
긴 시간을 함께 이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됐습니다. 손님은 떡 만드는 공장에서 일한다고 했습니다. 여자친구도 없고, 지금 형편으로는 결혼할 처지도 못 된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으셨습니다. 아홉 시간을 함께하다 보니 처음 만난 손님인데도 어느새 편해져서, 다음에 부산에 오면 제가 직접 안내해 드리겠다고 약속까지 하게 됐습니다.
38만 원, 그리고 다음 날의 휴식
요금은 38만 원이 나왔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아무리 장거리라도 요금은 미리 흥정하는 게 아니라, 무조건 미터기를 켜고 운행한 그대로 나온 금액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택시 요금을 사전에 흥정하는 것 자체가 불법입니다. 그래서 이 38만 원도 제가 임의로 정하거나 흥정한 금액이 아니라 미터기에 찍힌 그대로였습니다. 손님은 여기에 전기 충전값이라며 2만 원을 더 얹어주셔서, 총 40만 원을 카드로 결제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힘든 건 그다음이었습니다. 홍천에 손님을 내려드리고 혼자 부산까지 돌아오는 길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아홉 시간을 운전하고, 다시 아홉 시간을 혼자 돌아오다 보니 몸이 견뎌내질 못해서 다음 날 하루를 통째로 쉬어야 했습니다. 결국 40만 원이라는 큰 요금을 벌었지만, 하루를 쉬면서 놓친 수입을 생각하면 평소와 비교해 실질적인 수입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